[반도체특집2] SK, 인텔 다롄공장 인수로 외통수 몰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삼성보다 다급한 것은 SK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90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인텔의 중국 다롄(大連)공장 등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하기로 하고 이미 1차 대금 70억달러를 인텔 측에 지급한 상태다. 하지만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악수(悪手)'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 다롄공장을 덜컥 삼킨 SK에 대한 원망론마저 흘러나온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1~2위 반도체기업 자리를 다투는 인텔이 SK에 다롄공장을 떠넘기고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설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다. 미국은 2020년 인텔 다롄공장 철수 후부터 대중 반도체 공세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인텔이 반도체법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SK에 다롄 공장을 고가에 떠넘기고 먹튀한 것 아니냐"는 일종의 음모론도 나온다.
SK는 지난 2018년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입해 키오시아(일본 도시바 반도체의 후신)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90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인텔 다롄공장을 포함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초국경 인수합병도 서슴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급격히 불어난 덩치는 이제 부담이 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둔화는 물론, 인텔의 다롄 철수를 신호탄으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막대한 돈을 들여 키운 중국 공장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까지 인텔 다롄공장 등 낸드사업부 인수에 따른 남은 추가 대금 20억달러도 완납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25년경이면 반도체가 다시 호황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란 마이크론의 전망도 나왔다"며 "인텔 다롄공장 인수 역시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