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될라, 맘카페도 대기업 직원도 '2차전지' 뛰어들어
빚투 전쟁터 된 증시
테마주 급등에 '포모 개미' 가세
月 거래대금 570조 육박
하루 미수거래 7733억 역대 최대 경신
'개미 잔혹사' 우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주식 거래금액은 총 567조365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 예산(639조원)의 90%에 달하는 자금이 지난 한 달간 증시를 오간 것이다. 이런 자금 흐름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소위 ‘동학개미’ 운동으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21년 7월(579조원)에 근접한 것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약 27조174억원으로 올 1월(13조1412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초단기 빚투’(빚내서 투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하루 미수거래금액은 773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초 미수거래금액(1929억원) 대비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거래 체결 후 대금 결제일까지 이틀의 시간을 활용해 ‘외상’으로 투자하는 개미투자자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의미다. 주식을 사기 위해 1~3개월간 자금을 빌리는 신용대출(융자) 규모도 올초 16조5311억원에서 지난 3일 기준 20조193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장기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ETF에서 올해에만 4조9170억원이 순유출됐다.
증권가는 자신만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면서 갈 곳 없는 시중 자금이 테마주에 쏠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투자 패턴이 전 연령대로 퍼지는 현상은 과거 2030세대가 주도한 ‘코인 광풍’과 다른 특징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쏠림 현상으로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겠지만 단기 과열로 인한 주가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MZ도 어르신도 테마주 단타 뛰어들어…'코인 광풍' 때보다 과열
전쟁터 된 증시…月 거래대금 570조 육박
맘카페 올라오는 2차전지 투자 인증글
증시 테마주 투자가 날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2차전지 등 일부 테마주가 급등하자 자신만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과거 부동산 등에 쏠렸던 여유 자금이 경제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자 단기 투자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코스콤에 따르면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는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이 총 32조7596억원에 달한다. 올 1월 8760억원에 비해 37배 넘게 불어났다. 단기 과열을 가늠하는 지표인 ‘시가총액 대비 거래금액 비중’도 에코프로는 1월 28%에서 지난달 10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거래금액도 1조1144억원에서 27조2821억원으로 26배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각각 967%, 307% 급등하자 투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에코프로 형제’뿐 아니다. 최근 들어 2차전지 대장주로 거듭난 포스코홀딩스는 거래대금이 올초 2조3072억원에서 7월 37조7021억원으로 16배 넘게 증가했다. 중·소형 주식에도 ‘묻지마 투자금’은 몰렸다.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해진 박순혁 작가가 근무한 금양은 거래대금이 1월 1조1934억원에서 7월 12조5044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 주가도 올 들어 562% 뛰었다. 단기과열을 진단하는 지표인 ‘예탁금 회전율’도 올해 초(1월 2일) 18.82%에서 지난 3일 51.24%로 상승했다.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 중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증권업계는 이 수치가 40%를 넘으면 과열권 초입, 50%를 초과하면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코인 광풍 넘어서는 열풍
이런 테마주 열풍은 2~3년 전 국내 시장에 불었던 ‘코인 광풍’에 비견된다. 당시에도 포모 증후군에 뒤늦게 뛰어든 개미 투자자가 많았다. 다른 점도 있다. 20·30세대가 주도한 코인 투자와 달리 전 연령대가 몰려들고 있다. 대형 증권사 A사의 연령별 고객 주식 거래 현황에 따르면 1월 대비 7월 증시 거래대금 증가율은 20대가 170%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30대 164% △40대 147% △50대 154% △60대 이상 157% 등 다른 연령대도 20대와 비슷한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평소 주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맘카페, 바둑 커뮤니티, 게임 관련 카페 등에서도 2차전지주 얘기가 올라온다”며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가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