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는 16배 먹었는데 18개월 투자에도 원금만 건진 천보 메자닌 투자자들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메자닌 투자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천보는 지난해 2월 3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진행했다. 아우름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다수 운용사, 증권사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CB와 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CB, BW 모두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 0%로 설정됐다. 채권자들이 CB, BW를 보유해 받는 이자가 없다는 의미다. 전환가액도 당시 주가보다 10%가량 높은 31만8150원으로 설정됐다. 천보 주가가 31만8500원를 넘어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야 이득을 보는 구조다. 리픽싱 조건도 없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주식을 더 받거나 전환가액을 낮출 수 없다.
지난 2월 22일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어떤 채권자도 전환청구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전환가액 기준으로 주식을 바꾸면 17일 종가(14만7900원) 기준으로 53% 손실이다.
풋옵션 행사일은 2025년 2월부터 가능하다. 1년 6개월 후에도 주가가 31만8500원을 넘지 못한다면, 겨우 원금만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천보의 기술력, 성장성을 믿고 거액을 베팅한 기관투자자들은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차전지 업종이 오를 때 천보는 같이 못 올랐는데, 떨어질 땐 배로 떨어졌다”며 “기준금리 3.5%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2월 메자닌을 직접 받은 투자자들은 대거 물린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