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수정한 '4695' 알쏭달쏭한 금양의 배터리 사업
부산을 기반으로 1955년 설립한 금양은 신발 밑창 등에 사용되는 스폰지의 원료인 발포제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131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의 건실한 실적을 거뒀다.
금양이 주식 및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다. 국내 3번째로 21700(지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5000원도 안되던 주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12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금양의 배터리 사업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계속 시장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아직까지 언론에 배터리 실물 및 공장 내부를 공개하지 않았고, 21700 배터리 시장은 이미 대량 공급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과연 금양의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라는 의심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기공식은 금양의 진정성과 미래를 보여줄 아주 중요한 기회였지만 금양은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금양은 공시에서 이번 사업에 2024년까지 12만4479㎡ 부지에 총 6100억원을 투자해 21700 및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공식날 나온 부산시 보도자료에는 금양의 총 투자비가 8000억원으로 적시돼 있다. 양측의 발표에 1900억원의 큰 차이가 발생하는데, 보통 상장사라면 이에 대해 해명 또는 추가 자료 등을 내놓는데, 금양은 아직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2단계 추가 투자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으로 금액차를 미뤄 짐작할 뿐이다.
또한 금양은 공시에서 '4680' 모델을 적시했다. 4680은 지름 46mm, 높이 80mm 크기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이다. 2020년 테슬라가 처음 제시했고 이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 유수의 배터리셀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제막 배터리 사업에 발을 들인 금양이 4680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니까 시장에서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금양은 기공식에서 4680을 '4695'로 바꿔 버렸다. 급하게 바꿨는지 행사장 설명판에는 수정한 티가 역력했다.
금양 IR 측에 바뀐 이유를 묻자 "처음부터 지름 46 계열 배터리 개발을 한 것이지 4680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지름 46 계열 배터리는 단지 크기만 커진게 아니라 새로운 여러 신기술이 들어간다. 그 중에 핵심이 탭리스(Tabless)이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에는 양 극단에 집전체 역할을 하는 탭이 있는데, 이를 없앰으로써 그만큼 부피 확보 및 방열 등 전반적인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기공식에서 이향두 금양 사장에게 탭리스 기술 확보 여부를 묻자 "탭리스 기술에 대한 엔지니어를 확보했고, 여러 특허 분석을 통해 회피 설계도 완료했기에 탭리스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삼성SDI 출신인 이 사장은 올해 4월에 금양에 합류했다.
배터리 소재 및 공정 개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보통 배터리셀 업체의 R&D 비용은 연간 80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금양의 R&D 비용은 지난해 15억원, 올해는 좀 늘어나 반기에만 14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사업보고서의 R&D 실적을 보면 21700 배터리 개발은 나와 있지만 46 계열 배터리 개발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금양이 R&D 투자에는 좀 인색하지만 다른 투자에는 그렇지 않다. 이번 생산공장 구축에만 최소 6100억원을 투자하고, 에스엠랩이라는 양극재 개발 스타트업의 지분 4.65%를 현금 200억원에 인수했다. 몽골 리튬광산 개발에 지금까지 총 6000만달러(약 796억원)를 투자했고, 민주콩고 리튬광산 개발에도 총 1900만달러(약 252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금양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자사주 228만주를 시장에 매각해 총 1826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그래도 총 투자비 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향두 사장은 자금 확보 계획에 관한 질의에 "해외 투자 확보 및 CB(전환사채) 발행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