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포기 못해, 타사 전기차 첫 생산
현대차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첫 전기차 모델로 중국 합작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아크폭스를 선택했다. 현대차가 설계·생산·품질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내부생산(made in plant·MIP)’ 방식이 유력하다. 현대차의 우수한 자동차 생산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자동차도 ‘남는 장사’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베이징 3공장을 아크폭스 생산기지로 삼을 전망이다. 아크폭스 생산이 현실화하면 현대차가 타사 자동차 브랜드를 생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당초 현대차는 아이오닉 등 자사 전기차 모델 중 하나를 중국에서 생산해 현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뒤 기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현대차 브랜드로 맞붙는 것은 무모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아크폭스 생산으로 방향을 돌리고, 베이징자동차와 관련 협의를 이어왔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철수를 ‘플랜B’로 고려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 수년째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베이징(1·2·3공장), 창저우(4공장), 충칭(5공장)에 총 5개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을 160만 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성기를 달리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내수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현대차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전략 실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국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대약진했고,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전성기의 20% 수준에 불과한 25만4000대까지 축소됐다.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연간 영업손실은 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현대차가 아크폭스 생산을 맡아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현지 공장의 차량 생산 가능 물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그 공백을 아크폭스 생산을 통해 메울 전망이다. 전기차가 대세인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도 아크폭스 생산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을 꾀하는 현대차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올 8월까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생산·판매량은 15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4000대)보다 9%가량 증가했다.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과감한 변화를 꾀한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6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 사장은 “(중국의) 남은 2개 공장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한 신흥시장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