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고평가 논란, 에코프로 주주들은 중복상장 할인 불안감
비교기업으로 전구체 대신 양극재 기업 선정하고 PER 방식 외면
증권신고서 정정 이후 비교기업들 주가도 모두 급락해 고평가 상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후 모회사 에코프로 더블카운팅 할인 우려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해 고평가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전구체 기업이 아닌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국내 양극재 회사를 선정했다. 기업가치 측정방식 역시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을 활용했다. 여기에 지난달 2차전지 업종 주가 급락도 공모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에코프로 주주들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고평가된 상태로 상장하면 중복상장(더블카운팅)에 따른 모회사 주가 할인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에코프로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고평가 논란 3가지 근거는?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부터 진행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이날 마감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재에 쓰이는 핵심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7년 4월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에코프로이고 상장 전 기준 지분 53.95%를 가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공모주식 1447만6000주를 전량 신주발행한다. 희망공모가범위는 3만6200~4만4000원이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5240억~6369억원이고 예상 시가총액은 2조5746억~3조1294억원에 달한다.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가 확정되면 공모청약은 8~9일 진행된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에서 신청을 받고 이달 17일 코스피에 상장 예정이다.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고평가 논란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비교기업 선정에 대한 의문과 기업가치 산출 방식, 최근 주가 미반영 등이 배경이다.
우선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 과정을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비교기업으로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3곳과 중국 전구체 업체 CNGR을 선정했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는 양극재 회사다. 전구체 기업 대신 양극재 기업을 선정한 것을 놓고 높은 멀티플(기업가치 배수)을 적용받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허준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예상실적 기준으로 글로벌 전구체 업체들의 평균 PER은 9.7배, 한국 제외 글로벌 양극재 업체들의 평균 PER은 9.9배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들 평균 PER은 31.8배”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업체이므로 중국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1티어 전구체 생산업체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가치 산출 방식으로 EV/EBITDA를 활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V/EBITDA는 설비투자의 감가상각비를 반영하지 않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준으로 회사의 전체 기업가치가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PER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적용된 EV/EBITDA 거래배수는 67.5배에 달한다. 하지만 PER로 하면 100배가 넘어간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전구체 산업은 현재 막대한 설비투자로 인해 비현금성 회계적 비용인 감가상각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회계적 이익이 과소평가되어 기업가치를 왜곡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세 번째는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주가가 지난달 급락하면서 증권신고서상 제시한 비교기업들의 기준주가가 현재 기준으로는 고평가라는 점이다.
기준주가는 증권신고서 제출 1영업일 전을 기준일로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기준일 종가 중 가장 낮은 주가를 기준으로 설정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2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제출 이후 비교기업들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10월 11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기준주가를 다시 산정했다.
포스코퓨처엠 기준주가는 31만4500원, 엘앤에프는 15만2800원, 코스모신소재는 15만1560원, CNGR는 50.00위안이 제시됐다. EV/EBITDA 배수는 76배에서 67.5배로 하향 조정됐고 희망공모가범위도 기존 3만6200~4만6000원에서 3만6200~4만4000원으로 상단이 낮아졌다.
하지만 10월 11일 이후에도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는 훨씬 더 급락했다. 같은 방식으로 기준주가를 다시 산출하면 포스코퓨처엠은 23만3500원, 엘앤에프는 12만9400원, 코스모신소재는 13만5400원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현재 기준주가가 10~30% 높게 설정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