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에 띄게 급등하는 종목이 있다.

블로그, 유투브, 카페에서 하루에도 수십번 언급되며 조만간 대박을 칠 예정이라고 한다. 왠지 오늘 안사면 내일 당장 5%이상 급등할지도 모른다. 나만 안사서 손해보면 어쩌지? 아 모르겠다. 일단 질러놔야겠다. 자 모바일 증권사 앱 켜고, 음 수량은 당연히 전액 매수지. 딸깍,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몇일 지나지 않아 계좌가 순식간에 파랗게 멍들고 마이너스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갑자기 카페에서 곡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스스로 해당 종목 카톡방을 찾아다니며 도대체 무슨 문제가 터졌는지 물어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방사람들 아무도 무슨 일인지 모르고 있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행여나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배신자가 있으면 바로 강퇴처리하고 있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월급 나오는대로 계속 물을 타보지만 이놈의 주식은 3배짜리라 끝도 한도 없이 줄기차게 미친듯이 내려가기만 한다. 이와중에 갑자기 해당 종목에 대한 네거티브 뉴스기사가 각종 언론사마다 도배되는걸 보게 된다. 찾아가서 전부 한대씩 치고 싶지만, 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주가가 너무 내려가서 액면병합을 한다고 한다.

이게 뭔가 찾아보고 주변에 물어보는데 주가에 무슨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다. 물을 타려고 하니 액면병합중이라 거래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손도 못대는 와중에도 주가는 실시간으로 내려가고 있다. 하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서 술을 퍼마시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남은 잔액이라도 챙기고 다시는 주식을 사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Dog다 Dog! 이러면서 거래가 풀리자 전량매도를 친다.

몇일 후 잊고있던 해당 종목이 생각나서 문득 증권사 앱을 열어보니 미쳤다. 주가가 급반등하며 유투브, 블로그, 카페에 관련 글이 도배 중이다. 이미 게시판에는 수익인증 글이 줄을 이어 올라오고, 심지어는 조롱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물들고 허공에 날려버린 거액이 떠오른다.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차라리 그걸로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었다면;; 최신폰으로 바꾸고 하고싶었던 일도 다 할수 있을 정도의 큰 금액이었는데! 털썩 주저앉자 샛노란 하늘이 빙빙 돈다. 도대체 왜 난 이렇게 운이 없는 걸까? 유투브에 남들은 20대에 코인으로 10억씩 벌고 다 잘나간다던데. 왜 나만 이런 곤경에 처해야 하는거지?